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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우의 Goldenflower Journal/세종에게 리더십을 묻다

강녕전의 뱀 출몰 사건과 세종대왕의 통찰력

10/18(일) 깨끗한 가을 햇살 아래, 세종대왕님의 자취를 밟아 보기 위해 ‘경복궁’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세종실록아카데미 회원들과 함께.

이곳 저곳을 돌아보며 백성을 잘 살게 하기 위해 잠 못 이루며, 병마와도 싸워가며 나라 다스림에 몸과 영혼을 모조리 태우고 가신 세종대왕님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오늘은 강녕전과 뱀 출몰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합니다.

강녕전(康寧殿)은 임금이 주무시고 쉬시는 침전입니다. 그래서 지붕 위에 보면 ‘용마루’가 없습니다.
용위에 용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죠. ^^

세종실록에 보면 이 강녕전과 세종대왕에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세종 73권, 18년(1436 병진 / 명 정통(正統) 1년) 윤6월 27일(임진) 3번째기사
   ‘강녕전에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다’ >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강녕전(康寧殿)에 나아갔더니, 밤에 한 시녀(侍女)가 와서 고하기를, ‘뱀이 궁전 안으로 들어와 기둥을 안고 재삼 오르내리더니 홀연 숨어버렸다. ’고 하기에, 내가 몹시 괴상히 여겨 내시와 시녀로 하여금 함께 이를 찾게 하였으나 발견하지 못했는지라, 내 더욱 놀라서 일어나 궁전 문밖으로 나와 사람을 시켜 불을 밝혀 찾게 하였던바, 그 뱀이 책상 위에 숨어 있었다. 내가 이를 세밀히 분석하건대, 금년에는 한기(旱氣)가 너무 심하고 재변이 누차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반드시 하늘의 견책(譴責)이 있을 것으로 본다. 옛 사람은 방위를 피하여 화를 면한 일도 있었으니, 나는 진양 대군(晉陽大君)의 집으로 이어(移御)하려고 한다.”

하였다.

풀어서 다시 이야기 해 보면,

세종대왕께서 쉬시기 위해 강녕전에 계실 때, 한 시녀가 급하게 들어와 ‘뱀이 궁전 안에 들어 왔는데 아무리 찾아 봐도 찾을 수가 없다’라고 세종대왕께 고하였습니다.

내가 머무는 곳에 뱀이 나타났다면 얼마나 징그러웠을까요. 세종대왕 역시 깜짝 놀라 궁전 밖으로 나오신 뒤 뱀을 찾아 보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뱀이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세종대왕께서는 다시 강녕전 침전으로 드셨지요.

그런데 이게 왠 일 입니까??

그렇게 찾아도 없던 뱀이 바로 세종대왕의 책상 위에 또아리를 틀고 떡 하니 앉아 있더랍니다.

깜짝 놀란 세종대왕께서는 사람을 시켜 빨리 치우게 하셨습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하는 반응이지요. 놀라운 사실은 이제 부터입니다.

다 치우고 난 뒤 곰곰이 생각에 빠진 세종대왕.

그 당시는 가뭄과 재해로 인해 백성들이 먹고 살기가 매우 곤궁한 시기였습니다.

‘백성들이 굶고 있는 이러한 때에 백성이 먹고 살 수 있도록 잘 보살펴야 하는 임금으로서 편안하게 자리에 앉아 있음을 하늘이 꾸중을 주기 위해 뱀을 보낸 것이다!’
라고 뱀의 출현을 이해하셨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어전 회의를 할 때 모든 신하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신 뒤 편안한 궁궐을 떠나 진양대군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시어 낡고 허름한 집에 머무르시고, 농사 짓는 백성들의 현장으로 나가시어 백성들의 어러움을 직접 들어주시고 손을 잡아 주셨다고 합니다. 백성들의 모습이 너무나 곤궁하여 가슴을 매우 아파하셨던 대왕님은 그날 점심도 거르셨고, 몇 일간 식사를 안 하시기도 하셨답니다.

세상의 만물이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보살피는 모든 일이 임금의 일이라 보셨던 세종대왕의 위대한 통찰력을 느낄 수 있지않으세요?

뱀 하나에도 자신의 잘못을 꾸짖고 백성을 위해 자신을 바친 아름다운 리더.
뱀을 통해 하늘이 임금인 자신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자 했다고 생각한 임금.

나라의 지도자라면 마땅 이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말 못하는 뱀이 전해주는 메세지에 귀 기울이기를 바라지는 않으니, 말 하는 백성의 소리만이라도 귀담아 듣고 깊이 깊이 생각하는 지도자이길 바라봅니다.

-멘탈리더십 코치 조은우 -